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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차한잔을 마시며

[정경숙 칼럼]근기(grit, 마음의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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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삶의 과정이다.

‘너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가 힘들어....’오랜 시간 동안 공부란 것을 하면서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소위 잔인한 피드백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따라오는 말은 ‘정말 이기적이야’ 이런 말을 아마 나만큼 많이 들었던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실 징그럽기도 한 나의 기나긴 공부여정,,,나도 나를 미치도록 싫어했던 것을 인정한다. 이제 공부를 마쳤다라고 하기 보다는(아직도 완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애매모호함은 여전하다) 한 과정의 끝을 보고 난 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이기적인가? 이기적인 것처럼 보인건가? 아님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해서 내가 살고자 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았던 건가? 이기주의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살아나가도록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나의 공부의 기본은 몰입이다. 몰입은 솔직히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내가 토할 듯이 힘들 때, 정말이지 눈물로 화장을 다 지운 것은 아주 미흡한 표현이라 할 정도로, 울면서 잠들었던 적이 1년에 300일은 넘었을 것이다. 사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제대로 이해하고, 많은 내용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루를 아니 3일 정도를 꼬박 새워도 정보의 입력은 되지만, 인출이 않될 때 느끼는 좌절감은 허탈을 넘어 뇌를 세척하고 싶을 정도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본다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꿈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것인가? 무엇이 나를 그렇게 버티게 하는 지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했다. 얼마나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는 힘이 내안에 체화되어 있단 말인가?

   눈물이 뿌려진 컵라면, 텁텁한 김밥, 진한 카페인으로 견디며 지속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 그것은 바로 근기(grit)였다. 즉, 근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근기는 그릿(grit)을 한국어로 가장 잘 표현한 단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근기(根氣)는 근본이 되는 힘, 참고 견뎌내는 힘, 인내와 끈기와도 비슷한 단어이긴 하지만 근기는 인내, 열정, 끈기, 몰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말이다. 근기가 어느 정도 내안에 있는지 너무 궁금했고, 어렵게 정보를 얻어 서울에 근기연구소에서 나의 근기를 측정한 결과 나는 99%였다.

   근기는 앞서 서술하였듯이 ‘근본이 되는 힘 또는 참을성 있게 견뎌내는 힘’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덕워스(Duckworth)는 근기란 ‘장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지속적인 열정‘으로 정의했고, 그는 근기를 크게 ‘관심의 지속성'과 ’노력의 꾸준함‘의 요인들로 측정하고 있다. 이때 장기적인 목적이란 몇 년이 걸리는 구체적인 상위의 목적을 뜻한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이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장애에 부딪히게 된다 할지라도 자신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스스로 그를 지속해서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근기이며, 근기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힘과 능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근기는 단순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성취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좌절이나 실패 등에도 굴복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근기는 좋아했던 일에 대해 쉽게 흥미를 잃지 않는 관심의 지속성과 노력의 꾸준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한 행동을 촉발시키고, 그 방향을 결정하며, 나아가 그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인 근기는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무엇보다 교육의 여러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정서역량으로 간주되고 있다(OECD).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근기는 주로 마음의 근력, 기개, 끈기, 집념, 투지, 용기, 근성 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몇몇 연구가들에 의해서 IQ 못지않게 미래 삶의 성취와 성공을 위한 핵심요소로 보고 많은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나의 졸업논문도 근기가 핵심 키워드이다. 

   공부는 정신적 등산이다.  여럿이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등반할 수 있지만, 목표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나대신 누군가가 해줄 수 없는 외로운 등산이다. 13년 정도 욕먹으면서, 아주 가끔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공부해보니 무엇이 남았는가 묻는다면...새로운 일에 도전 하는 것이 익숙하고 두려움, 불안이나 겁이 없다. 자발적인 도전은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다. 도전은 내가 살아있다는 나의 몸짓이고, 살아가는 표현이 아닐까?

영남대 심리학 박사졸업
동국대 경주 외래교수 
정경 심리코칭 연구소 대표